“내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고 떠나고 싶어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019년 5월 기증희망등록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 허미경 씨(54)가 7일 폐장, 신장(좌·우) 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눈을 감았다고 15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허 씨는 3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족과 대화를 하다가 갑작스레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허 씨의 가족은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듣고 허 씨의 뜻을 지켜주고자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4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난 허 씨는 아들·딸들을 본인보다 먼저 챙기는 헌신적인 어머니였고, 남편이 퇴근하면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자상한 아내였다.
평소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허 씨는 내향적이고 따뜻한 성격으로 타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요양원에서 어르신의 음식을 만들거나 지적 장애인을 돌봤다.
허 씨의 막내 딸은 어머니에게 “엄마, 우리 삼남매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하늘나라에 가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쉬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랑 언니랑 오빠랑 서로 보살피며 사이좋게 잘 지내겠다. 그러니까 꿈에 자주 나타나서 예쁜 모습 많이 보여주시라”며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 기증 결심은 어렵고도 대단한 일”이라며 “숭고한 생명 나눔 실천을 해주신 허미경 님과 가족 분들의 사랑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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